[이웅진 결혼]연애 경력보다 중요한 한 가지, 지금 눈앞의 사람
2000년대 초반에 방송된 <올드미스 다이어리>라는 TV 시트콤이 있다. 요즘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올드미스’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심리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큰 공감을 얻었던 작품이다. 그 중 한 에피소드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올드미스 트리오가 백화점에서 우연히 동창을 만났다. 학창 시절 ‘좀 놀았다’고 소문났던 친구다. 그런데 그 친구가 좋은 남자와 결혼해 안정적으로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올드미스들은 억울하면서도 궁금해진다.
“왜 놀던 여자들이 시집 잘 가서 잘 살까?”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할머니는 “지은 죄가 있어서 조용히 가정 잘 꾸리고 사는 거”라고 하고, 아버지는 “노는 거에 질려서 잘 살려고 노력하는 거”라고 했다.
젊은 남자들의 의견도 갈린다. “순진한 남자들이 속는 것”이라는 냉소도 있고, “많이 만나본 만큼 사람 보는 눈이 생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나는 후자에 더 공감한다. 남녀관계에서도 경험은 분명 ‘안목’을 만든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겪으며 자신과 맞는 유형을 알게 된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준이 선명해진다. 그 기준이 결국 안정된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
30대 초반 남성 A씨는 모태솔로다. 한 달 이상 누군가를 만나본 적이 없다. 소개를 받아도 애프터에서 번번이 멈춘다. 그는 ‘연애 경험이 없으니 여자를 잘 몰라서 그런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여성들의 생각도 엇갈린다. “연애를 안 해본 남자는 교감이 서툴 것 같다”는 걱정과 “순수함이 더 매력일 수 있다”는 기대가 동시에 존재한다.
경험의 많고 적음은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다. 연애를 100번 했건, 한 번도 안 했건,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경험이 많다고 반드시 성숙한 것도 아니고, 경험이 적다고 미숙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태도다.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배우려는 자세,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본질적이다.
연애와 결혼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경력’이 아니라 ‘균형’이다. 경험이 비슷하든 다르든, 선입견 없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사람은 과거의 총합이 아니라, 현재의 태도로 평가받는다.
많이 만나봤든, 거의 만나보지 않았든, 결국 오래 가는 관계는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고, 서로의 결을 이해하려는 두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연애의 횟수보다 중요한 건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