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한 회원이 떠올랐다… 4년 만에 찾아온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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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거주하는 아들의 결혼상대를 찾는 한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시카고에서 아들이 만날 수 있는 한국 여성이 있을지를 묻는 전화였다. ‘시카고’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한 사람이 바로 떠올랐다.
4년 전, 딸이 시카고에 있다는 한 어머니를 만났었다. 명문여대를 나와 엘리트 코스를 밟은 남편과 결혼해 부와 명성을 이룬 분이었고, 일흔 가까운 나이에도 단정한 미모와 세련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그분의 유일한 고민은 외동딸의 결혼이었다. 딸은 당시 35세였다.
나는 “지금 당장 적합한 남성이 없더라도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도 이해하는 듯했지만 마음은 급했던 모양이다. 3~4개월 동안 마땅한 만남이 이어지지 않자 결국 탈퇴를 선택했다. 섭섭함보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분이었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의 회원을 만날 때마다 그 모녀가 떠올랐고, 언젠가 시카고에 좋은 남성이 나타나면 꼭 연락해야겠다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그런 날이 왔다. 이번에 연락 온 어머니의 아들은 시카고 거주, 박사 학위를 받고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는 41세 남성이었다. 여성은 이제 39세쯤 되었을 터, 자연스럽게 어울릴 나이 차였다. 집안 분위기도 비슷했고 여러 면에서 잘 맞을 것 같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4년이나 지났으니 이미 결혼했을 수도 있었다. 조심스럽게 여성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환불까지 받고 탈퇴한 회원을 아직 기억하느냐며 오히려 고마워했다.
“시카고에 계신 좋은 남성이 있어서 따님이 생각났습니다. 혹시 결혼은?”
“아니에요, 아직이요. 좋은 사람이 있나 보네요…”
분위기는 좋았다. 무엇보다 같은 시카고에 있어 현실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컸다. 그런데 다음 질문에서 대화가 멈췄다.
“혹시 남자분 종교는요? 우리 딸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만남 기회가 워낙 적다 보니 일단 연결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지, 종교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교회를 중심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남성도 그럴 수 있겠다고 짐작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우리 아들은 교회를 안 다니는데요…”
여성 쪽은 종교 비중이 높은 집안이고, 남성 쪽은 특별히 종교생활을 하지 않는 상황. 두 어머니 모두 아쉬워했지만, 결국 “당사자 의사가 중요하다”며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가 됐다.
이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다시 두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종교가 결혼에서 중요한 요소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자녀가 한국계를 만나기 어려운 지역에 있고, 그럼에도 한국인을 원한다면 종교 하나만으로 만나지 않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나중에 후회하실 수도 있습니다.”
내 말을 듣던 여성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게요… 서로 종교가 다른 것도 아닌데...”
남성 어머니도 여지를 남겼다.
“우리 아들이 교회를 안 다니는 거지, 싫어한다고 한 적은 없어요.”
아직 당사자들로부터 직접적인 연락은 오지 않았지만, 서로 양해를 하고 만남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결혼상대를 찾는 일은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진열대에서 고르는 일이 아니다. 조금 안 맞는 옷이라도 단추를 다시 달고, 길이를 조절하며 내 몸에 맞춰가는 과정에 가깝다. 프로필만 보고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실제 만남과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탈퇴한 회원도, 문의만 하고 사라진 사람도 쉽게 잊지 못한다. 언젠가 딱 맞는 인연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과 신념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계속 사람을 이어보려 애쓰는 것, 아마 이게 중매 일을 하는 사람의 숙명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