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 역학 전문가
.부산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미주세계일보><워싱턴중앙일보>
.<뉴욕중앙일보>에 '김동윤의 역학' 고정칼럼 연재
.도서출판 윤성 대표
.현재 운수 좋은 집 대표
.전화 347-732-9232
.이메일 jaemaki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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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산(恒産)과 항심(恒心)
맹자께서 말씀하시기를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고 하셨다. 살아갈 수 있는 일정한 재산이나 생업이 없으면 일반 백성들은 한결 같은 마음을 갖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반드시 일이 있어야 한다. 일이 없으면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잡념만 가득차서 결과적으로 나쁜 생각으로 치우치니 엉뚱한 일을 저지르게 된다.
그럼, 항산이 있으면 항심은 자동적으로 생긴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항상 변치 않는 마음 즉, 항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항산이 그만치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오직 선비만이 항산이 없어도 항심을 지킬 수 있다고 하지만 아무나 선비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심 즉 꾸준한 마음이 없으면 점쟁이나 무당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한다. 당연하다. 내 마음이 불안한데 무슨 재주로 남의 점을 칠 수 있을까. 흔들리는 마음 따라 점괘도 달라지니, 오늘은 이 말 했다가 내일은 저 말을 하는 식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될지 아무도 모른다.
먹고 살 재산이 있어도 일이 없으면 항심이 깨지기 쉽다. 예전에는 빈주먹으로 이민길에 올랐지만 요즘 미국 오시는 분들은 학력도 높고 경제적인 여유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수준에 맞는 사업이나 직장을 찾느라고 부득불 집에서 놀게 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까먹기는 십상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음은 점점 초조해 지는데 마누라가 먼저 직장을 잡고 출근을 시작하면 그때부터 남편은 급속도로 무너진다. 행여 돈 아낀다고 하루 종일 집에 있다보면 우울증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항심은 커녕 온갖 망상과 잡념이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부인의 퇴근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신경이 쓰인다. 회식이라서 노래방에 가느라고 늦었다고 변명을 해도 믿어주지 않는다. 직장동료나 거래처 사람들과 수다 떠는 모습을 볼라치면 도저히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의처증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아예 돈이 없었다면 먹고 살기 바빠서 닥치는대로 일을 하느라고 최소한 정신은 멀쩡했을텐데 말이다.
어제 다녀간 손님은 사주가 강한 여명(女命)이다. 여장부 스타일이다. 고집도 있고 추진력도 있고 친구들도 많아서 한 자리 할 만한 타입이다. 이런 사람이 집에서 아이들 키우면서 살림만 하고 있으니 온몸이 쑤신다. 없던 병도 날 판국이다. 그런데 남편은 딴전만 피운다. 자기가 잘 벌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식이다. 궁합이 별로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일주가 상극상충(相剋相沖)이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전격적으로 만나는 인연이다. 소개받고 한 달도 안 돼서 결혼했다고 한다.
집에서 십 몇 년을 보냈더니 바보가 되었다면서 남편이 바람을 피울지를 줄기차게 묻는다. 부자 팔자니까 여자한테 인기야 많겠지만 두 번 장가 갈 팔자도 아니고 조강지처를 버릴 사람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궁합이 서로 맞지 않으니 남편이 밖으로 돌게 마련인데 그럴 때마다 바람을 피운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여자는 일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남편은 돈 밖에 모른다. 돈 되는 일 아니면 건들지도 말라고 한다. 답답한 사람이다. 항산이 없으면 항심을 갖기 어려운 법, 무슨 일이나 공부든 붙잡고 하다보면 남편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은 없어질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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