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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어둠이 나를 삼킨다
조옥동
어둠이 소리 지른다 노을을 벗으며 깊은 뿌리를 내린다 대지를 움켜잡고 진통을 한다
움츠린 그늘이 허리를 펴고 어둠의 꼭지를 틀면 핏물 쏟아지는 소리 가난이 배고픔을 몰아넣고 군불을 때던 아궁이 저 목젖이 뜨거운 초저녁 피고의 자리에 나를 앉히고 침묵의 변론을 펴는 시간 주저앉은 산 메워진 강 하늘을 끌어당긴 마천루도 빛의 한계 그 위에 들어 눕는다 혓바닥이 닿도록 엎드린 절대의 겸손이 한없이 편안하다 칙칙한 장삼을 걸치고 걸어가는 숲의 그림자 쫓는 우리의 뒷모습이 슬픈 계절 생명은 다가오는 저항의 연속인 것을 바람을 안고 몸부림치는 어둠을 먹자 어둠을 몸에 바르자 모든 빛이 하나가 된 깊은 빛 어둠을
대지와 하늘 사이 멀고 먼 밀폐처럼 마음과 마음, 존재와 존재, 낮과 밤사이 수없이 가로 선 벽을 허물어 내는 어둠이 나와 낯 선 나 사이 벽을 허물고 나를 삼킨다 나를 먹는 소리 내 귀에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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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어둠 속을 환히 조명한다. 유일하게 자아를 반추하고 맞대면할 수 있는 시간인 어둠의 그늘, 추억과 상념의 무늬들이 슬라이드처럼 넘겨지며 빛을 뿜는다. 시인은 어둠속에서 피고가 되기도 하고 ‘혓바닥이 닿도록 엎드린 절대의 겸손’한 자아의 실루엣의 미세한 과정을 현미경을 보듯 꿰뚫고 있다. 세상 존재들의 경계가 벽을 허물어 버린 경지, 마침내 깊은 어둠과 혼연일체 되어버린 그 경지 아닌가.
조옥동 시인은 충남 부여 출생. 서울 사대 화학과, 미주리주 워싱턴대학교 수학. 1997년<미주한국일보>신춘문예,『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신인상. 시집으로<여름에 온 가을엽서><내 삶의 절정을 만지고 싶다>가 있으며, 부부공동수필집<부부>가 있다. 재외동포문학상, 현대시조 좋은시작품상등을 수상했다. 현재UCLA의과대학 생리학 연구실 재직 중.
<신지혜. 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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