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낭비가 너무 심하다.
마치 다른 나라 같다.
처음에는 부럽고, 다음에는 신기하다가,
마지막에는 걱정스럽다.
사람들은 거품이니 금융위기니 불황이니 한다.
그러나 그 거품이 낭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뼈저리게 느끼는지는 알쏭달쏭하다.
영종도 공항 입국 때부터 이를 느낄 수 있다.
공항 면세점이나 레스토랑,
대기실에서는 파리공항보다 배나 더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다.
심지어 환경미화원 수도 두배 많다.
프랑스를 명품의 나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착각이다.
‘루이 뷔똥’ 같은 명품은 일본 대만 홍콩 한국을 위한 수출품이지,
프랑스 자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명품회사들이 발표하는 수출국가 분포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프랑스는 GNP가 한국보다 50% 더 많다.
그러나 세금으로 다 거두어 가서 개인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한국보다 30% 더 빈약하다.
한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그동안 얼마나 인건비가 올랐는지, 사람쓰기가 무섭다.
한국 인건비,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프랑스에 비하자면 한국은 아직 여유가 많은 듯하다.
프랑스는 고용인 1명당 급료의 60%가 사회보장세이다.
결과적으로 이런저런 명목의 세금 때문에 한명을 고용하면
기본적으로 두명의 비용이 나간다.
프랑스는 주유소가 ‘셀프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
직접 기름을 넣어야 하는 ‘노맨(No man)’ 주유소다.
스웨덴의 조립형 가구업체 ‘이케아’가
프랑스에서 크게 성장한 이유도
DIY(스스로 하기, do it yourself)이기 때문이다.
주유, 가구 조립, 집 손질, 페인트 칠, 자동차 수선, 배달,
이삿짐 운반까지 내 손으로 한다.
짜장면을 배달 받는 호강(?)이 파리에서는 불가능하다.
파리는 백화점에 주차 보조원이나 승강기 안내원이 없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식당들은 프랑스 식당의 2배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의 인건비가 프랑스보다 2배 싸다는 증거이다.
낭비는 주택과 차량에 이르면 극치에 이른다.
파리에서 특파원으로 지냈던 한 언론인의 경험담이다.
“파리에서 경차를 타던 버릇대로 귀국하자마자
‘티코’를 운전해서 출근했다.
5년간 떠나 있었기 때문에 회사 주차장 경비원들이
얼굴을 몰랐기 때문일까.
내게 ‘야야, 저쪽으로 가!’하고 반말로 명령(?)했다.
‘너무 작은 차’를 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티코’를 타고 출근하는 기자는 나 뿐이었다.
5년 파리에 있다가 오는 사이에
한국이 이처럼 부유해졌음을 깨달았을 때,
웬지 불안한 느낌이었다.”
호텔은 더 하다.
서울의 특급호텔은 방이 운동장만하다.
파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크기다.
하루 수 천 유로씩 하는 파리의 최고급 호텔
‘플라자 아테네(Plaza Athenes)’나 ‘조지5(George5)’,
‘끄리옹(Crillon)’ 호텔의 스위트 룸이
한국의 특급호텔의 보통 방 크기다.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파리의 중상층 아파트가 한국에 가면 중하층 면적이 된다.
프랑스 국토는 남한보다 6배나 큰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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